태안반도. 2007년 12월 6일 부터 7일 오전 7시 9분 까지



허베이 하베스트 호가 원래의 목적지인 대산항을 향하고 있다. 평온한 바다 저편에 태안반도는 아직도 검은 지옥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다시 양식업 등 연안 어업을 위한 생태계 복원까지는 최소 30년이 소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007년 12월 6일 오후 2시 50분 인천을 출발한 바지선은 공사에 쓰였던 해상크레인을 끌고 거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춥지 않은 겨울 뭍의 날씨는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바지선이 정박되어 있던 도크를 벗어나 연근해로 나오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지선 선장 조모는 선상에 나와 담배를 피워 물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툰 빗방울이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 괜찮겠지... 그는 순간 뇌리 속 우려들은 일상의 지루함 속에 밀어넣었다. 뭍 넘어로 해가 저물고 배는 갈 곳으로 미끌어져 가고 있었다.

 

2007년 12월 6일 저녁 홍콩선적 유조선 허베이 하베스트는 태안반도 앞바다에 정박중이었다. 서산 대산항의 원유정제시설이 목적지였으나 항만통제소에서는 악기상을 이유로 태안반도 근해에서 정박할 것을 지시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 선장을 그 지시를 받아들였다. 선상에서의 시간은 지루하다. 지루함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신경해 지는 것임을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12월 7일 오전 6시 태안반도 앞바다에 바람은 더욱 심해졌다. 바지선을 비틀비틀 항로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두 척의 바지선이 거대한 해상 크레인을 끄는 상황에서 거센 바람은 더욱 불리한 요인이 되었다. 조 선장은 바람에 무던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20년이 넘게 바다에 살았던 그였다. 그런 바람 쯤이야 부지기수로 겪어왔었다.

 

허베이 하베스트호에서는 지금 북쪽에서 접근중인 바지선에 대한 경고를 받고 닻을 올리고 약 50미터 정도 선채를 틀었다. 하지만 거대한 유조선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유조선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지선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장은 조치를 멈추었다. 그리고 바지선이 비켜가기를 기다렸다.

 

같은시각 바지선의 조 선장도 통제소로 부터 태안반도 앞에 정박중인 유조선을 주의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해무가 자욱한 해상의 날씨는 앞의 유조선을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장은 판단을 미루고 있었다. 바람과 파고로 인해 먼 바다로 나가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고 배는 해류와 파도에 떠밀려 유조선에 다가가고 있었다.

 

강한 파도는 바지선과 크레인을 이어주던 와이어를 끊어버렸고 강한 바람으로 해상크레인은 유조선의 선체가 쳐박혔다. 크레인의 세계의 기둥으로 인해 세개의 구멍이 생겼다. 순간 유조선에 적재되어 있던 기름이 바다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일선체의 낡은 유조선에서 쏟아져 흐르는 기름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2시간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조 선장, 허베이 하베스트 호의 안일함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태안반도의 비극을 만들어냈다. 정부는 이 사건 관계자 조 선장 등 4명을 구속하기로 하였다.

by 늑대 | 2007/12/28 12:03 | 지식사회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Linked at Beautiful Beast .. at 2008/12/04 14:27

... 태안반도. 2007년 12월 6일 부터 7일 오전 7시 9분 까지에 이어 일 년이 지난 오늘에..이미지 출처 - http://zlki.egloos.com/4023921의항리 태배 해안에서는 지난 3일에도 ... more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04 14:25
트랙백이 처리 되지 않아서 링크만 걸고 가요^^; http://anex.egloos.com/4001832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